혈당 관리에 좋다는 식품을 찾다 보면 꼭 한 번쯤 등장하는 게 계피입니다.
2형 당뇨나 당뇨 전 단계에 있는 분들 사이에서는 “계피 차 마시면 혈당이 내려간다”는 이야기가 꽤 익숙하죠. 그런데 막상 사려고 보면 카시아 계피, 실론 계피… 이름부터 헷갈립니다.
도대체 뭐가 다르고, 어떤 걸 선택해야 할까요.

계피, 실제 연구 결과는 어땠을까
2019년 한 학술지에는 계피가 2형 당뇨병과 당뇨 전 단계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한 메타분석 논문이 실렸습니다.
메타분석은 개별 연구 하나만 보는 게 아니라, 비슷한 주제로 진행된 여러 연구를 한 번에 모아 통계적으로 다시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말 그대로 ‘연구들의 종합 성적표’에 가깝죠.
이 분석에서는 무작위 대조 방식으로 설계된 16개 연구를 선별해 살펴봤습니다. 결과는 비교적 명확했습니다.
- 공복 혈당 감소
- 인슐린 저항성 개선
이 두 항목에서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가 확인됐습니다. 다만,
- 당화혈색소(HbA1c)
- 체지방 감소
이 부분에서는 뚜렷한 개선 효과를 보이지 못했습니다.
즉, 장기 혈당 지표를 획기적으로 낮춘다기보다는, 공복 혈당이나 인슐린 저항성이 높은 사람에게 보조적으로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연구에 사용된 계피는 무엇이었을까?
논문에 포함된 연구에서 사용된 품종은 다음과 같습니다.
- Cinnamomum cassia
- Cinnamomum aromaticum
- Cinnamomum zeylanicum
- Cinnamomum burmannii
이 가운데 가장 많이 활용된 것은 카시아 계피(C. cassia)였습니다.
일상에서는 ‘시나몬’과 ‘계피’를 거의 같은 말처럼 쓰지만, 실제로는 품종 차이가 있습니다.
- 실론 계피(C. verum): 스리랑카(옛 실론)·인도 남부 원산
- 카시아 계피(C. cassia): 중국 남부·베트남 원산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약재나 수정과 등에 사용해온 계피는 대부분 카시아 계피입니다.
카시아 vs 실론, 가장 큰 차이는 ‘쿠마린’
두 품종의 차이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쿠마린(coumarin) 함량입니다.
- 실론 계피 → 쿠마린 함량 낮음
- 카시아 계피 → 쿠마린 함량 높음 (수십 배 차이 보고)
쿠마린은 혈액 응고나 부종과 관련된 작용이 있어 약리적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과량 섭취 시 간·신장 독성 위험이 제기됩니다.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요.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쿠마린의 하루 허용 섭취량을 체중 1kg당 0.1mg 이하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체중 60kg 성인이라면 하루 6mg 이하가 권장 기준이 됩니다.
그래서 카시아 계피를 장기간, 다량으로 섭취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의학에서의 계피 기준
한의학에서도 계피는 오랫동안 활용돼 왔습니다. 동의보감에는 배 속이 차고 통증이 있을 때 도움이 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대한약전에서는 카시아 계피의 지표 성분인 신남산(cinnamic acid)이 0.03% 이상 함유된 경우 약용으로 인정합니다. 단순히 향신료가 아니라,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약재로 보는 것이죠.
카시아 계피는 맛이 맵고 성질이 강한 편, 실론 계피는 단맛이 더 부드럽고 향이 순한 편이라는 차이도 있습니다.
실제 섭취량은 어느 정도였을까?
연구들에서 사용된 용량은 보통 하루 1~3g, 기간은 약 3개월이었습니다. 이 범위 내에서는 큰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 장기간 고용량 섭취
- 간 기능 이상이 있는 경우
- 과민 체질
이라면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열이 많은 체질에서는 복통, 설사, 열감 악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해야 합니다.
집에서 계피 차 끓이는 방법
가정에서는 대개 카시아 계피를 사용합니다. 매운맛이 강하므로 차로 우려 마시는 방식이 무난합니다.
- 계피 스틱 약 4g 준비
- 물 1리터에 넣고 끓이기
- 기호에 따라 꿀이나 설탕 소량 추가
두꺼운 코르크 같은 겉껍질은 쓴맛이 강하므로 깨끗이 씻어 제거한 뒤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구매 요령, 이렇게 구분하면 쉽다
가능하면 가루보다는 껍질 형태로 사는 게 구분이 쉽습니다.
- 실론 계피 → 얇은 껍질 여러 겹이 겹쳐 말린 형태
- 카시아 계피 → 두꺼운 한 겹 구조
국내 유통 카시아 계피의 상당수는 베트남산입니다. 성분표와 원산지 표시는 꼭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보관은 건조한 실온에서 약 3개월 정도 가능하며, 습기를 막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루 제품은 밀봉 보관이 기본입니다.
결국 어떤 걸 선택해야 할까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 혈당과 인슐린 저항성 개선 효과는 일부 연구에서 확인
- 메타분석에 가장 많이 사용된 품종은 카시아
- 하지만 카시아는 쿠마린 함량이 높아 과량 섭취는 주의
당뇨 관리의 중심은 여전히 식단·운동·약물 치료입니다. 계피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선택지에 가깝습니다. 특히 카시아 계피를 선택한다면 용량을 지키는 것, 장기간 과다 섭취를 피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몸에 좋다더라’는 말만 믿고 무작정 늘리는 건 오히려 역효과가 될 수 있습니다. 적정량, 그리고 자신의 체질과 건강 상태를 고려하는 것. 그게 가장 현실적인 계피 활용법입니다.